인터뷰를 할 때 종종 앞으로의 꿈이 뭐냐고 질문들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시점에서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꿈이 무얼까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꿈은 지금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직업인 라디오DJ를 오래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고, 그 다음엔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삶이면 더욱 더 좋겠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깊이 느끼고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나의 꿈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을 치열하고 재미있게 연소시키며 사는 인생, 바로 그것이 나의 목표요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주변에 부자도 꽤 되고, 소위 권력을 잡은 사람들도 있지만, 내 눈에는 그들이 그다시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부러운 게 아니라, 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 자연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가장 부러워 보인다. 이것이 나이가 드는 징조일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의 목표는 아등바등 악착을 떨어서 경쟁에서 이기고 성취하는 게 아니라 생활의 모든 것을 음미하고, 맛보고, 그로 인해 자족하는 생활이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와 함께 부암동 산길을 따라 백사계곡을 거쳐 북악스카이웨이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었었는데, 맑고 향기로운 바람,평화로운 새소리, 달콤한 나무 샘새를 맡으며 ‘아, 너무나 행복하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직도 도룡뇽이 산다는 백사골 맑은 계곡물 근처 바위에 앉아 준비해간 김밥과 과일을 먹으면서 유유자걱하게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맑은 기운 같은 게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냥 이렇게 몸 건강해서 공기 좋은 산으로 산책을 다닐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행복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IMF때, 우리나라에 산이 없었다면 폭동이 났을 거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난다. 그때도 절망과 고통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 분노와 허탈감, 상처 들을털어버리고 큰 위안을 받았듯이, 역시 자연이야말로 시간과 상관없이 우리들을 껴안아주는 존재인 것 같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들을 배신하지 않고, 넉넉하게 받아들여 치유해주고는 한다. 남은 인생, 앞으로의 나의 꿈은 자연과 더불어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마음이 통하는 벗들과 재미나게 사는 것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